기자회견문
                              공개적인 ‘이념논쟁’을 제안하며
              
  최근 기성 정치권의 대선 주자들 간에 소위 “색깔논쟁”이 치열하다.
  민주당 내의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부상하자 이에 맞선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의 이념과 노선에 대해 공세를 취하더니만, 이제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까지 가세하여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후보를 ‘좌파’로 몰아붙이기 시작함으로서 보수정치권의 이념논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금의 색깔논쟁이 건강한 정책대결이나 생산적인 이념논쟁이 아니라 맹목적 인신공격이나 정략적 흠집내기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민주당 내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이인제씨가 전세가 역전되자 하루가 멀다하고 노무현씨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도 안타깝고, 대세론이 흔들리고 당내의 경선구도가 급변하자 민주당을 통째로 좌파로 규정하고 인위적인 ‘보-혁 대결’을 조장하는 이회창씨의 모습도 구태의연 그 자체이다.
  뿐만 아니라 공세를 취하는 쪽도 문제이지만 정작 공세를 당하고 있는 노무현씨나 김대중 정부쪽의 태도도 문제이다.  
  양 이씨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는 노무현씨의 처지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거의 발언을 스스럼없이 번복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가적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은 과연 노무현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작금의 색깔논쟁은 정책과 노선을 기반으로 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에 바탕을 둔 저급한 정치적 공방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논쟁의 한 축에서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은 기성 정치권 내부의 ‘더 보수’와 ‘덜 보수’의 반 쪽짜리 논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 쪽은 ‘흠집내기’로 덤비고 또 한 쪽은 ‘피해가기’로 일관하는 모습은 당당하고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고 반사적인 이익이나 노리고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꾼의 모습 그 자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이념논쟁’을 벌일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제 이회창씨와 이인제씨는 남을 공격하고 비방하기 이전에 ‘보수’라면 보수에 걸맞는 그리고 ‘중도’라면 중도에 어울리는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받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인의 도리이다.
  그리고 노무현씨는 더 이상 번복하거나 피해갈 것이 아니라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길이고 더 이상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 방법이다.  
  따라서 ▲재벌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조세개혁 ▲의약분업 ▲언론개혁 ▲공교육 확대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용산미군기지 이전 ▲차세대 전투기 사업 ▲남북관계 개선 등 중요한 국가적 10대 현안 문제에 대해 노무현, 이회창, 이인제씨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간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토론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만약 후보들 간의 토론이 어렵다면 3당의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당대당 토론회도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색깔론을 들이대고, 진보를 얘기하면 좌파로 규정하고, 좌파는 곧 불순한 것으로 매도하는 낡은 매카시적 수법은 이제 우리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이제 진보와 개혁과 중도와 보수가 각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정체성을 구체화한다면, 우리도 보수 일색의 낡은 정치구도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우리 정치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여야의 대선 후보들에게 ‘상호 비방’이 아니라 ‘상호 비판’을 통해 그리고 ‘정치 공방’이 아니라 ‘정책 대결’을 통해 ‘구시대적 색깔공세’가 아닌 ‘생산적 이념논쟁’을 할 것을 촉구한다.

                                  2002. 4. 8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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