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항상 꿨던 악몽이 있다. 그 꿈을 꾸다가 깨면 항상 울고는 했었다.

꿈은 항상 이미지만 가득하고 구체적이지 못하지만 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고는 했다.

그 꿈의 설정은 대충 이러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가 있으면 나는 그 기계의 각 부분에 적합한 부품(또는 구슬 같은 것)을 끼워 넣어야 한다. 항상 하는 단순 노동 같은 것이지만 그 일은 전우주적인 생존 또는 운영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거대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어김없이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부분에 들어가야 할 것 대신에 다른 것을 부착한다. 수없이 꿔서 이제는 꿈 속에서도 그 일을 예측하지만 거부할 수 없이 그 일을 실행한다. 알면서도 그 일의 수순을 어기고는 앞으로 벌어질 거대한 재앙 – 그것도 나로 인해 야기될 재앙 – 을 떠올리며 강한 억눌림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아주 하찮고 작은 이미지의 나의 작업, 그것과 대비되는 전우주적인 재앙…(내 꿈에서는 그렇게 작으면서도 거대한 형체의 이미지가 유독 많은 듯 하다.) 그리고 그 재앙이 벌어지기 바로 전에 나는 꿈에서 깬다. 그리고는 정신 못 차리고 운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유년기 시절부터 계속 꿔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 꿈은 중학교를 지나면서 서서히 그 빈도가 뜸해졌고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의 꿈 목록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이 꿈이 무슨 의미일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순명료하게 규정짓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가 어릴 때부터 어떠한 심적 억압을 무의식적으로 쌓아 왔고 어떠한 일에 대해 실수할 것 같은 정서적 불안을 안고 살아 왔으며 이를 통해 내가 쉽게 극복하지 못할 나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불신, 자기 패배적 전망 등이 무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정도의 느낌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무의식의 형성을 야기시킨 원인은 알 수가 없다.

그 꿈을 꾸지 않은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 꿈은 거의 꾸지도 않는 꿈 중 많은 수의 것들에 예의 그 심상을 불러일으킬 뿐 구체적으로 그 단골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어제 박경웅, 자네와 같이 자던 밤에 그 비슷한 심상을 거의 개연성 없이 달고 있는 괴상한 꿈을 꾸었다. 끊임없이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 허공으로 치솟고는 이내 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괴상한 엘리베이터와 고성 같은 음험한 모습의 건물, 그 반복되는 상승과 하강 사이에서 나는 끊임없이 떨어지는 키 크는 꿈을 연상시키면서도 묘하게 예의 그 심상을 떠올렸다.

키가 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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