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강우석
감독 : 박헌수
시나리오 : 박헌수
출연 : 최민수, 황신혜, 여균동, 이미연
한 빵 굽는 사내가 있다. 그는 빵을 굽는 것은 좋은 사랑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남부러울 것이 없다. 자신의 인생관과도 맛물려있는 빵굽기의 미학을 자기의 업으로 삼고 자기 가게도 하나 있고 자기 집도 하나 마련했으며 사랑하는 아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게 어느날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냥 웃으며 행복할 줄 알았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한숨을 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자기에게서,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다시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을 찾아 골머리를 앓던 그에게,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겼다? 알고보니 이건 부부교환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스와핑이다. 윤리의식이 붕괴되고 있다는 요즘 참 문제되는 것들도 많다. 스와핑도 마찬가지이다. 감독은 왜 스와핑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을까?
그런데 솔직히 사랑하는 아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 말고 다른 사랑 하나 생기는 게 문제가 되기나 할까? 어디까지나 나를 나로서 사랑하고 그 넘을 그 넘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아내라면 말이다.
거 참, 회괴한 논리이기도 하지.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결혼이란 게 엄연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에게 속하여 한 평생 살아갈 것을 강력한 사회규범으로 계약한 게 아닌가? 그 계약을 그렇게 쉽게 깨고는 나를 나로서, 그 넘을 그 넘으로서 사랑한다는 이상한 박애주의로 방패막이를 한다는 게, 도대체가 먹힐 수 있는 얘기인가?
이렇게 보면 영화 속의 ‘나’라는 놈은 참 이상한 놈이다. 이러한 회괴망칙한 논리를 가지고 사랑 운운하니 말이다. 그리고 감독도 참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런 불륜을 소재로 이렇게 깔끔하고 코믹 풍이 넘치는 드라마 영화를 만드니 말이다.
하지만 감독은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같으면 한평생 한 남자,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살 것 같냐고, 살다 보면 중년에 새로운 사랑이 생기지 않으란 법이 있느냐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쉽게 속이려 하지 말라고.
‘나’와 아내, 그리고 그 놈과 그 놈의 아내, 서로의 사랑의 화살이 엇갈려 꽂혀 있는 상황에서 쌍쌍이 마주치는 장면은 참 묘한 긴장을 준다. 그리고 내가 그 놈의 아내를 만나고 그 놈이 내 아내를 만나는 현장이 동시에 서로에게 들켜 버렸을 때, 서로가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던 사실을 창피하게 발각되었을 때, 황당함과 동시에 우리는 온갖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감추어야 하는 마음의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그래, 어차피 살아봐야 반세기인 인생, 결혼 50주년을 앞두고 죽어버린 할아버지의 5단 케잌처럼 순간순간 자기 마음의 단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사는 것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겠는가?
어찌보면, ‘넌 참 편하게도 생각한다, 사는 게 그리 쉬운 건지 알어? 얼마나 힘들고 각박한 세상인데.’라는 훈계조 소리를 한마디 들을 만도 하다. 그래도, 영화는 인생은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제아무리 여기저기 쫓아다녀도 결국 그 본질은 단순한 것이라고.
‘나는 아내를 아내로서 사랑하고, 그녀를 그녀로서 사랑하고 그 놈을 그 놈으로서 사랑한다’
참 세상 편하게 사는 최민수, 주노명의 말이다.
굳이 우리 고전을 들추어 보자면 예기(禮記)에 ‘大樂必易, 大禮必簡’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대충 위대한 예술은 쉽고, 위대한 예, 법은 간단하다는 말이 된다. 온갖 복잡한 체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들은 정작 쉽고 간단한 본질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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