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은 고향에서 스캔질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왔다.

밤 12시쯤 출발해야지 하면서 필름 두 롤을 현상탱크에 감아 넣었다.
현상액을 담아 둔 PET병은 오래된 시간을 말하듯 물때가 심하게 끼어 있다.
용액을 붓고 온도를 맞춰야지 하는데, 아뿔싸, 정착액이 50ml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를 어쩐다…
게다가 필름은 각기 현상 시간이 다른 델타 100과 APX 100.
델타는 11분이고 APX는 13분 30초다.
이 녀석들을 한 탱크에 밀어 넣었으니…
나름의 절충점은 APX를 현상탱크의 밑에, 델타는 위에 넣어 두고 10분 30초쯤 경과됐을 때 250ml를 비우고 13분 30초까지 교반 않고 가만히 두기.
비워도 묻어 있는 현상액으로 델타는 현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정착액은 물과의 비율을 1:4로 맞추려면 100ml가 필요한데 절반 정도밖에 없으니…
용액 온도를 대충 22도 정도로 해 놓고 5분을 정착했다.
어쩔 수 없다.
두 필름을 걸어 두려니 델타는 37컷까지 찍어서 롤 끄트머리에 여유가 없다.
클립을 집으려니 마지막 롤 바로 앞이다.
마지막 컷은 흉하게 휠 것이 틀림없다.
어쩔 수 없다.
말리면서 담배 하나 물고 되뇌인다.
어쩔 수 없다.
반년만의 필름 현상은 난항이다.
밖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이제는 추워서인지 쌓이기까지 한다.
어쩔 수 없이 내려가야 하나?
난항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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