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개혁당 지구당위원장 되다
이지숙씨, 서울 서초을지구당에서 선출

임순혜 기자 smccc@hitel.net  

지난 12월 1일 오후 5시 개혁국민정당 서초을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평범한 아줌마’ 이지숙씨가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남성들의 주무대였던데다 이렇다할 사회활동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정치신인’ 이씨가 정당 지구당 위원장에 선출된 것은 우리 정치사에 또하나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창당대회 선언을 하던 사회자는 창당개회선언 발언이 미숙하여 세 번씩이나 “지금부터 개혁국민정당 서초 을지구당 창당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를 반복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개혁 국민정당’을 한번은 ‘국민 개혁정당’이라고 하여 참석자들이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렸다. 세번째에서야 무사히 창당 개회선언을 마친 사회자는 “여러분 당황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여 또 한번 좌중들을 웃게 만들었다.

생전 처음 정당의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기자는 그동안 TV에서 보아오던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아닌,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젊은 부부들과 여성, 20대와 30대 남성들의 화기애애한 가족적인 분위기를 보고 우리의 정치풍토가 바뀌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또 한 번의 폭소를 자아내게 한 것은 국민의례 순서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마치고 애국가를 부르는 순서였는데 사회자는 “애국가는 앉아서 부르나요? 서서 부르나요?”하고 좌중들에게 질문을 하여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였다.

이날 서초 을지구당 창당식에는 유시민 대표와 고은광순님, 손이덕수 여성위원장 등이 참석해 두번째로 개혁국민정당의 여성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지숙씨를 축하했다.

유시민 개혁당 대표는 “개혁국민정당의 창당대회를 보고 누가 정당이라고 하겠느냐? 기존 정치인들은 정치동호회라고 할 것이나 정당의 참모습은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하여 새로운 정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였다.

한 남성 당원이 “우리 여왕개미 서초을 지구당위원장을 앞으로 남성 일개미들이 잘 보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어느 정당의 창당대회 못지 않게 믿음직스러웠고, 또 정겨운 창당대회 풍경이었다.

▲ 개혁당 서초을 지구당 창당대회.  

서초을 지구당 위원장 이지숙씨는 평범한 주부로 평소 시민운동에 별다른 경험이 없는 ‘아줌마’였다.

이씨는 재작년에 언론개혁 바람이 불 때 ‘조선일보 바로보기’ 강좌를 들은 후 ‘안티조선 운동’을 열심히 해왔으며, 또 민화련 지도위원을 지낸 정도다. 그 외 시인으로 활동한 것 이외에 특별히 눈에 띠는 정치적 활동을 한 적은 없다.

노래패 ‘아줌마’의 축가에 이어 유시민 대표의 강연이 있은 후 창당대회는 참석한 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름으로써 마감했다.

개혁국민정당은 낡은 정치,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살맛 나는 세상으로 바꾸자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정치꾼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당비를 내는 개미들의 당을 표방하고 있다.

창당대회를 마친 이들이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하는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석하기 위하여 서둘러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의 정치실험이 따뜻하다는 느낌은 아마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발 발표된 개혁국민정당 서초을 지구당 창당선언문은 시인이기도 한 그녀가 직접 지은 시였다.

서초을 지구당 창당 선언문

오늘, 오랜 침묵의 얼음장을 가르고
거룩한 분노로 떨치고 일어선
서초을 개혁당 동지들은 선언하노라

우면산, 양재천,
산 좋고 물 좋은 서초의 옥토가
탐욕스럽고 게으른 지주와도 같은
딴나라당 무리들의 텃밭이 되어
황폐화됨을 더 이상 용납할 수는 없다.

법원, 검찰청, 예술의 전당,
안기부, 조달청, 학술원,
위풍당당한 외형 속에
굳을 대로 굳어진 관료들과
물질적 추구와 이기심에 병들어가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정치문화 혁명의 세례를 퍼붓고자
우리는 결의하노라.

작금의 서초구는 묵정밭이다.
잡초투성이 굳은 땅을 갈아야 한다.
우리는 결연히 선언한다.
서초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각자 서 있는 위치와
바삐 움직이는 자리에서
스스로 깃발이 되고
스스로 불꽃이 되어
아니,
묵정밭을 뒤 엎을 폭탄의 도화선이 되어
기필코, 서초의 땅을, 숨쉬는 비옥한 땅으로 가꿔
인간다운 삶,
평화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두발은 굳건히 땅에 딛고
드높은 정신, 하늘을 우러르며 선언하노라

모두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
모두가 함께하는 참여의 정당,
이 새롭고도 새로운
개혁당 서초을지구 창당을 선언하노라.

2002년 12월1일 개혁국민정당 서초을 지구당 당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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