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몇 되지 않는 2008년 한국 영화 중 ‘멋진 하루’는 가장 나았다.
팍팍한 사회적 상황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지만 몇 안 되는 대사와 인물의 개인사에서 그 상처를 느낄 수 있었고 ‘여자 정혜’처럼 그 상처를 오롯이 꺼내 놓지 않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유추하여 인물을 이해하게 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카메라와 연기의 디테일도 훌륭했다.
마지막 장면은 ‘마이클 클레이튼’의 느낌을 상기시키기도 했지만 인물과 서사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이 돌아서는 카메라가 이 영화를 더 빛나게 했다.
더 말하기에는 요즘 생각의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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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동네 극장에서 쌍화점을 봤는데 뒤늦게 알게 됐지만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투박함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다른 유하 감독의 영화들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런 투박함을 느끼는 지점이 대개 한 신에서 다른 신으로 넘어가는 때라는 걸 알게 됐다.
유하의 영화는 너무 느닷없다 싶을 정도로 단도직입적으로 신이 전환된다.
대사와 상황과 이야기가 건너 뛸 때 객관적인 쇼트나 상황을 미리 또는 사후에 설명하는 인서트 컷을 쓰는 데 인색해서 드라마가 쉴 틈을 마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담아 뒀던 이야기를 다듬지 않고 쏟아내는 것 같은 느낌에 동의하기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궁금해지는 걸 보면 이런 편집 스타일에도 어떤 마력 같은 것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