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모두가 침체, 모든 것이 가라앉은 상태다.

갈구하던 것, 열정을 쏟아붓던 것들에 대해 나는 고갈당한 무력감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스스로 세상에 지는 길을 다시 한 번 선택하고 나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지지 않은 사람, 생각, 예술이 나를 구원해 주기를 기대해 왔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갖기를 원하지만 실은 자신 없고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알고 있으면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나한테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것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욕구불만이 무력으로 바뀌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갈구하는 것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내가 이 끈을 잡아 당기는 것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별이 되기에 나는 너무나 부족하고 평범한 사람, 이 욕구불만의 불안 속에서 어쩌면 나는 더 나답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험은 과연 인간에게 지혜의 축복일까?

나는 사실 그 반대를 더 많이 떠올린다.
경험은 인간에게 편견을 축적시킨다.
그럼으로써 다른 경험, 다른 측면의 진실이라는 수많은 가능성들에 눈감게 한다.
지혜는 오히려 자신의 경험의 한계를, 다른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얻는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수많은 상처는 그러므로 진리의 가능성 위에 하나씩 쌓여가는 무덤의 흙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바라보며 다른 가능성을 떠올려야 한다.
우리의 진리를 경험의 감옥에서 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