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은 10대 소년을 마치 칼 끝처럼 날이 서서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고, 또 그만큼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 위태로운 존재로 묘사한다. 소년들은 세상이 매순간 자신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곤두선 채 고통스러워 한다. 돌이켜 보건대 나 역시 자칫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를 어떤 예민함에 사로잡혀 보낸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예민함은 이 영화에서처럼 가학적인 방식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 예민한 감각이 타인을 배려하고 세계를 지각하고 다른 것을 상상하기 위한 자질의 기초가 된다. 나는 갈수록 모든 것에 무뎌지고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 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