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제한된 활동인지 모른다.
보면서 출몰하는 온갖 느낌과 생각들은 차곡차곡 돌을 쌓아 올라가는 글로는 다하지 못한다.
말함으로써 나의 느낌과 체험들은 희미해진다.
그래서 어떤 영화들은 보고도 아예 글을 남길 엄두를 못 낸다.
말할 가치가 없는 것만큼이나 말할 수 없는 것도 많다고 느낀다.
내가 영화를 보고 깨작거린 쓸데없는 토설물도 딱 그 중간 지대만큼이다.
최근에 본 베리만의 몇몇 작품들을 말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느끼고는, 내가 얼마나 비겁하게 중간지대에서 왈가왈부하는지를 깨닫는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던 세상은 말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 CARLITO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4-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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