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피는 시칠리아 섬에서 김진환(고대문화 편집위원) verhoyansky@hanmail.net

1. 이름값 없는 학교의 서러움

한려대학교라는 곳이 있다. 순수한 의도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가 아닌지라 시설과 인원을 제대로 갖추었을 리 만무하다. 설립자는 겨우 몇 년만에 종합대학 4개와 고등학교 3개, 종합병원 2개를 일구어낸 초사이어인의 능력을 가진 이홍하라는 사람이다. 그가 지속적으로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건립하는 도중에 그가 이미 설립했던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실험기구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강의를 해야했고 교수들은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아 해야했다. 엽기적인 일이 별로 엽기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은 것이 비일비재한 한국사회이지만 대학관련 소재에 민감한 한국사람들이 해당 학교 교수들이 자비를 들여 상경하여 거리에서 피켓시위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까닭은 나름대로 있을 터이다. 그것은 바로 ‘한려대학교’라는 이름이 한국사회에서 이름값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이홍하 사단 휘하의 한 대학이 폐교_2 라는, 학교명령권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려대학교라는 곳이 이름값이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언론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일반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관련 보도도 서울 중심, 그 중에서도 소위 ‘주요 대학’이라는 연원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단어로써 치장되는 몇몇 대학에 치중될 뿐이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사의 가치 또한 예측되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딴지일보’에 한려대학교 교수협의회 측에서 지속적인 글 기고를 하여 관심을 촉구했고 몇몇 방송사에서도 이홍하와 그 똘마니들에 대한 비리를 보도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도리어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수백 곳의 대학 가운데 한 곳인 서울대의 변화한 입시제도가 한 대학의 존망여부보다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곳이 이땅이다. 얼마 전에 일간지 중에 그래도 가장 볼만하다고 느껴지는 한겨레를 읽다가 어이가 없어 벌린 입 때문에 턱이 빠질 뻔한 일이 있었다. 9면에는 ‘명문대병 언론이 키운다’는 제하의 독자칼럼을 실어놓고서는 12면에는 2001학년도 대입전형 주요내용을 실으면서 표제로 ‘서울·연·고대 논술이 중요’라는 문구를 뽑아 둔 것이다! 독자칼럼은 독자가 자기 생각을 실은 것이니 한겨레신문사와의 편집방향과 어긋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학력은 중요하다라는 변치 않는 진리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한려대학교가 이름값이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패대기를 당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고려대학교에서 벌어지는 행사나 인사 동정 등은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다 보도가 나간다. 민족고대의 자매지이자 알코올 중독자를 그 오야붕으로 모시고 있는 동아일보는 갖가지 기교와 술수를 다 부려 고대 내외에서 고대인들이 벌이는 소소한 일들을 모조리 지면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맥진하고 있으며 홍보실이 돈 몇 푼 쥐어줬는지_3 몇몇 시사주간지는 고대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읊조리고 있다. 외부의 더넘스러운 추켜세움에 상기되어서 그런 것일까. 고대생들은 자신을 찬양·고무하는 이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도로 위에서의 광란의 질주를 불사하며 하늘을 나는 비둘기 굶어죽을까봐 살신성인과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토악질도 수시로 감행하고 있다. 보자.

2. 고연전과 4.18 뜀박질

고연전의 마지막 날 참살이길. 지나친 음주로 인하여 옴팡해진 눈을 가진 한 고대생이 썩 나서서 뭐라고 외쳐댄다. “아, 꽃뙈!” 가는 개소리 있으니 어찌 오는 쇠소리 없을손가. 즉시 주위에 있던 몇몇 놈들의 추임새가 이어진다. “어이!” 이어지는 응원 퍼레이드. 반주도 음악도 아무 것도 없는데 어쩌면 이리도 일사불란할 수 있는건지. 응원단을 방불케한다. 그런데 이 날은 응원단원이 수백명이다. 아니 참살이길에 모인 고대생들 전부가 응원단원이다. 동이족은 음주와 가무를 즐겼노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받들어 모시고자 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군무를 행하고 옵션으로 토악질과 난도질마저 보여준다. 때와 장소가 바뀌어서 여기는 미아삼거리. 날짜는 4월 18일이다. 5천명이나 되는 고대생들이 빽빽한 깃발 아래에 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다. 깃돌이들은 육교만 보일라치면 암캐를 발견한 발정난 수캐처럼 헐떡거리며 육교로 돌진하여 깃발을 휘둘러대고 자신들의 깃발을 보며 고대생들은 환호작약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고대생들은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하여 행사에 참여한다기보다는 그저 달리기를 통하여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고대생임을 알리고 싶어할 따름이다. 통계적으로만 보아도 고대생은 입학 가능성과 장래 가능성을 볼 때 일 퍼센트 내외에 속하는 엘리트_4 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나는 4.18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4.18 관련 세미나나 강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가 당일만 되면 유니폼을 정갈하게 맞춰입고 방정맞게 웃음을 흘리며 희희낙락하면서도 입으로는 4.18정신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고대생들의 이율배반적 꼬라지가 시뻐보일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이고 정당한 행위를 하고 있어도 그 개인이 집단에 소속되었을 때 집단의 성격이 결코 개인들의 총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도덕적이고 퇴행적일 수 있음을 니부어의 입을 빌어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고연전에 대한 판단은 이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고대와 연대. 안암골 호랑이와 신촌 독수리는 매년 고연전이라는 큰 잔치판을 벌이고 같이 어깨동무도 하고 막걸리도 먹고 우리는 영원한 맞수라고 하면서 서로의 동일신분을 재확인 한다. 그리고 위로는 서울대 신분을 공부는 조금 잘하는지 모르지만 이기적인 것들이라고 욕해가며 대항의식을 새기고, 아래로는 기타의 대학들이 감히 고연대의 반열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 김동훈,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중에서

이렇게 전혀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의미부여의 여지도 없는 행사가 매년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고대생들의 희생정신(?) 때문이다. 참여했던 고대생들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4.18달리기와 고연전은 고대의 홍보수단으로서 기능하며 고대생들은 홍보도우미로서 그 임무를 수행한다. 신촌 일대와 안암동과 미아리 일대에서 그렇게 오랜시간 동안 도로까지 점거하면서 고대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빨간색의 깃발을 쓰기 때문에 시각 효과가 탁월할 것이며 모두들 ‘고대’가 들어가거나 고대에 관련한 구호와 노래를 집단적으로 외치고 부르기 때문에_5 그 메아리의 반경이 또 무릇 기하이겠는가. 고대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자신들이 고대에 다니고 있음을 만방에 과시하는 계기로는 그만이다. 육체적으로 피로하고 땡전 한푼 나오는 것 아님에도 만족해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학교 측은 4.18과 고연전으로 인하여 파생하는 홍보효과를 어서 계량화하여 발표하기 바란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홍보실에서 ‘고대 투데이’를 발행하거나 교문 앞에 멀티비젼을 설치하여 상영하기보다는 고연전을 한번 더 하거나 4.18달리기를 상설화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며 효과도 탁월할 것이다._6

3. 행사가 지속되는 두 가지 의미

엘리트의식의 발산 코스로 혹은 고려대학교 홍보수단으로서의 성격 외에는 어떠한 창발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지 못하는 4.18달리기와 고연전이 지속되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아직도 우리 사회가 지독한 학력·학연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고대’라는 이름의 형식이 ‘실력’이라는 내용을 보증해줄 수 있다는 하등의 근거도 찾아낼 수 없으나 학적인 내력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고대 출신의 인사들이 정관계를 비롯한 요직에 분포하고 있어 그들의 네트워크에서 비롯되는 점성 짙은 힘은 지금 캠퍼스를 다니는 한 학부생에게까지 엘리트라는 아우라를 덧입히도록 명령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좋은 대학, 명문대라는 단어는 시설과 교육이 우수하며 훌륭한 학풍이 조성된 대학을 일컫지 않는다. 힘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힘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여부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여염 사람들이 아무리 고대생들이 개떼와 같이 몰려다니며 민폐를 끼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잠재적인 권력자이며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장삼이사들은 명문대생들의 집단 움직임을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려드는, 자기최면 상태에 빠져든다. 마가레트 호텔이 퀸스 나이트 클럽을 홍보하고자 트럭에 확성기를 장착하여 요란한 뿅뿅뿅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사뭇 차이점이 없는 고대생들의 집단 달리기를 ‘이유있는 항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 해학과 골계의 모습들은 고연전의 결과가 스포츠 뉴스 끝자락에 언급되는 것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둘째는 학력·학연주의를 공고히 하는 현실태로서의 4.18달리기와 고연전을 도와주는 스폰서의 막강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폰서는 크게 총학생회, 학교당국, 교우회로 나눌 수 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조직은 4.18달리기와 고연전을 대학의 본래적 존재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고하여 이름도 ‘고연 민중해방제’, ‘4.18구국대장정’ 따위로 부르면서 학우들에게 ‘놀지만 말고 생각도 해봐’라며 의식을 아우르는 장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일에 의미부여를 해가며 어떻게 하든 학우들의 관심을 추동해보려는 그 노력 하나는 가상하지만 실효성이 없음이 그간 다 드러난 것 아닌가. 게다가 매학기 나에게 학생회비란 명목으로 8천원을 걷어가서 그런 뜀박질 행사와 잘난척 퍼레이드에 사용한다_7 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 없으며 따라서 무궁한 분노의 에네르기로 가득한 학생회비 반환청구서를 보내도록 하겠다. 내 8천원이면 학관 라면이 무릇 몇 그릇인가. 학교 당국과 교우회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 교우회의 수뇌부들은 교우회관 누각에 올라앉아 흐뭇하게 고대생들의 집단 뜀박질을 굽어보며 호기로운 웃음마저 지어 보일 것이다. 학교당국이 형식적인 배후라면 교우회는 실질적인 스폰서로서 ‘고연전 공식 파트너’답게 돈으로 승부한다. 세기가 바뀌어 처음 치르는 고연전에 교우회는 9900여만원을 운동부와 응원단 총학생회 등에 지급하였다고 한다. 내가 의아해하는 것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조직과 학교당국의 행동은 그나마 이해해줄 수 있겠는데 왜 교우회란 단체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매년 1억원 가까운 거액을 쥐어주고 더 못 줘서 안절부절하는가 하는 점이다. 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의 발로라고 하기엔 왠지 귀가 간지럽지 않은가?

4. 교우회, 그곳을 찾아

학부생은 내재된 엘리트의식과 집단의식을 4.18달리기와 고연전 등을 계기로 하여 거리점거, 집단가무, 일탈행동의 형태로 만방에 과시했다. 그러나 졸업생들은 사회에 진출하여 있는 만큼 그런 과격한 행동은 용납받지 못할 것이며 파급반경도 한계가 있는 만큼 좀 더 세련되면서도 조직적으로 고대인의 결속과 유대를 공고히 할 연대체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교우회라는 것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교우라 불리는 졸업생들의 정신적 물질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웬만한 모든 학교에 다 존재하는 동문회 중에서 왜 고대 교우회가 타겟이 되어야 하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의 귀청을 울릴 법도 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읽고 위안을 얻는’ 잡지인 월간조선 작년 5월호, 「대한민국의 4대 결속력 연구」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록 하자. 고대의 연회비 납부자는 4만명이고 연세대는 1900명이라고 한다. 또한 납부자 수로만 보았을 때 고대 교우회가 가장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라고 한다. 고대인들은 학부생일 때부터 엘리트의식과 학연의식으로 뇌와 가슴을 재벌질해온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학부생 때의 의식을 고착화하기 위한 기관이 바로 교우회가 아니던가. 따라서 가장 심한 것부터 하나씩 잡는다는 나의 신조에 따라_8 가장 징후가 심각한 고대 교우회를 메스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교우회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참여하는 교우회, 긍지를 갖는 교우회, 봉사하는 교우회, 모교를 돕는 교우회 이 네 가지 모토를 바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실 그렇지 못하다. 차라리 내가 앞으로 제시하는 네 가지 모토가 더 어울릴 것이다. 독자 제위께서는 다 보시고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을 지니는가를 스스로 헤아려 보시기 바란다.

(1)후배들에게 해악으로 다가가는 교우회

10월 7일 토요일 본관 잔디광장. 70학번들이 입학 30주년이 되었다고 모교방문축제를 한다고 모였다. 추억이 서린 교정을 밟아가며 그리운 은사님을 뵙고 정다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미사여구로서 금박을 뿌려댄다. 행사는 천천히 그리고 식순대로 지속되었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그 순간 갑작스럽게 선배와 후배간의 공동 사발식을 가진다는 이야기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타고 나온다. 과연 어떤 할 일 없는 것들이 토요일에 학교 나와서 저 꼰대들의 비위를 맞춰주나 싶어 재학생이라고 호명된 이들을 째려보았으나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투덜대며 스스로의 취재능력과 짧은 인맥 풀에 대하여 개탄해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사회자가 응원단의 응원이 있겠다고 한다. 아까 술을 먹었던 애들 사이에서 천하장사 복장을 한 응원단장과 후레쉬맨 복장을 한 응원단원 몇몇이 단상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놀랄 겨를도 없이 응원이 시작되었고 단상에 오르지 못한 대부분의 응원단원들은 잔디에서 같이 흐느적거린다. 사실 고무신을 신은 응원단장과 배불뚝이 교우회 임원들이 어깨 동무를 하고 뱃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 고대신문에 실릴 때만 하더라도 별 심각성을 가지지 못했던 나는 이번 응원단의 우정출연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귀에 맴돌기만 하던 응원단에 대한 비판_9 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응원단이 존립하는 것은 응원단 자체의 역량에 의한 것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스폰서인 교우회의 덕 때문이 아니던가. 따라서 나는 응원단을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교우회에 대한 비판 또한 동행되어야 더 적절할 것이라고 파악한다. 결국 능구렁이같은 교우회가 어리버리한 젊은 후배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이 잔치에서 일부 70학번 아저씨들은 어찌 졸업생들이 재학생에 질쏘냐면서 기차를 만들어 본관 앞을 돌아다녀 주위에서 구경나온 사람들의 눈총을 샀으며 약주를 과하게 하신 몇몇 꼰대들은 1옥타브를 내리내리는 탁월한 음악성을 과시하며 애니멀 사운드를 발사하여 본관 옆의 대학원과 중도관의 재학생들을 일찍 귀가케 하는 혁혁한 전과를 기록하여 후배를 돕는다는 그들의 기상을 널리널리 드높였다.

(2)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교우회

현재 19만명에 달한다는 고대 교우들은 모두 교우회의 일원으로서 진지전과 기동전을 무리없이 수행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의 기사를 보도록 하자.

모교 특수대학원생 중심의 벤처동아리인 벤처타이거가 발족된 데 이어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벤처사업자 및 재직 교우들을 중심으로 하는 ‘고대벤처클럽’이 창립됐다..(중략)..고대벤처클럽은 벤처를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에 들어가 활동하는 교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률자문과 투자자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포럼을 상설화하고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교우기업인과의 정보교류, 모교 산학협동프로그램 개설, 모교 발전기금 적립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중략)..이와 때를 맞추어 모교는 벤처창업보육사업단을 모교 부속기관으로 설립해 창단식을 가졌다..(후략).. – 2000년 7월호 고대교우회보(360호)

이 기사를 인용한 교우회보에 대해서는 뒤에 언급을 하겠고 먼저 기사를 논평해보자. 벤처동아리라는 이름이 가당키나 한가? 벤처타이거 홈페이지를 보면 스스로를 ‘고대벤처교우회’라고 칭하고 있다. 벤처기업인의 대부 격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대표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생명은 끊임없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며 벤처기업의 성공의 여부는 정책이나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벤처업계의 이합집산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지, 학적인 연고를 함께 한 사람과 벤처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벤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초심을 망각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고대벤처클럽_10 이란 곳은 고대 출신 벤처인들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겠다는 야욕을 직접 대외에 드러내며 출범한 단체로, 말로는 투자전략수집과 인큐베이팅을 논하고 있지만 속내는 회장이 직접 말했듯이 추잡하고 폐쇄적이다. “조직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고대인들이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창의력, 돌파력, 인내력으로 국내 벤처산업에 기여하자”_11 120여명이 참석했다는 이 모임에는 허울이나마 벤처클럽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정관계 인사들도 참여하여 배째라로 대표되는 고대정신을 전면적으로 내보이기로 했음을 방증했다. 김광수 경기도 중소기업청장, 이상진 정보통신부 서기관, 허인회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 남궁석 국회의원 등도 참석하여 그 자리가 비단 벤처기업인의 모임이 아님을 증명해 준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에 따르면 카이스트, 연세대, 서강대 등지에도 설립되어 있는 벤처클럽들과 비교해서 고대벤처클럽이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정관계 인사들의 대거 포진에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 벤처타이거나 고대벤처클럽은 벤처라는, 신종업종에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부각되었을 뿐 고대 출신의 기업인들의 조우는 흔히 있어왔던 것이기에 이제 별로 놀라울 것도 아니다.

고려대 출신 재벌 2세 경영인들이 주축이 돼..(중략)..이들 30~40대 오너 회장들은 고려대 재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YPO(Young President Organization)라는 조직을 결성,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후략).. -2000년 7월 7일 한국일보

(3)교우 제조 능력이 탁월한 교우회

먼저 고려대학교 교우회 회칙의 일부를 소개한다.

제2장 회의 제6조 (구성) 본회는 정회원, 준회원 및 특별회원으로 구성한다. 제7조 (정회원) 정회원은 다음 회원으로 한다. 1. 모교의 학부 또는 전문부 졸업자 2. 모교의 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자 3. 모교의 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의 정규과정 또는 연구과정 수료자 제8조 (준회원) 준회원은 다음의 회원으로 한다. 1. 모교를 중퇴한 자. 다만, 본회 산하조직의 추천과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자에 한한다. 2. 모교 특수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자 (후략)

보이느냐? 보이느냐? 부채표가 아니면 활명수가 아니니라는 광고문구는 고대 교우가 아니면 기득권이라 부를 수 없노라는 말에 빗대어 사용할 수 있겠다. 무슨 소린고 하니 교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이야기이며 그 가능성에 포섭될 수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보통 교우라고 한다면 학부 졸업생이나 일반대학원 졸업생을 생각하겠지만 교우회는 그렇게 배타적이지 않은(?) 집단이다. 어찌 학부와 일반대학원 출신에 만족할쏘냐? 팍스 고대를 위해서는 고대학부나 일반대학원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흡입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대학원 출신과 특수대학원 최고위과정 출신 역시 교우로 포함시키기로 거국적인 용단을 내린 것이다. 특수대학원과 최고위과정이란 단어가 생소할 것 같아 하나하나 뜯어서 설명을 해주겠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석사와 박사는 일반대학원의 학위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와 달리 특수대학원은 처음에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에게 학부과정 이후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학부시절에 배운 이론과 사회에서 익힌 실무를 결합시키고 이를 더 가시화하기 위한 교육의 장이 특수대학원이며 직장인이 많이 다니는 특성상 대체로 야간제이다. 특수대학원은 보통 석사과정과 연구과정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를 통하여 특수대학원생들은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특수대학원의 입학정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도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특수대학원 입학정원은 2만9920명으로 98년에 비해 2978명이 늘어났고 내년에는 1800명이 늘어난다._12 사립대학이 특수대학원 신설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한겨레에서는 교육부가 평생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설립을 남발한다는 점과 대학의 돈벌이 혈안으로 짚으려 하지만 본질을 벗어나는 결론이다. 사실 대학에게 투입한 비용에 비하여 많은 등록금을 받아낼 수 있는 특수대학원이란 존재는 매우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특수대학원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특수대학원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교우들의 인맥이다. 즉 특수대학원을 이수하면 그 대학의 교우가 되므로 자연히 인맥의 폭은 넓어지고 그 깊이는 더욱 심오해지리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고려대학교는 1907년 보성전문학교 1회 졸업생이 배출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93년의 연혁을 지닌 교우회를 보유한 학교가 아니던가. 특수대학원과 최고위과정의 고위 인사들을 교우로 포함시키고자 한 교우회의 전략적인 선택은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노하우의 산물이다. 다음 기사를 보고 계속 넘어가자. 교우회 광의적 적용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적절한 기사이다. 숨이 멎을지도 모르니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보호자를 대동하고 보도록.

..(전략)..코스닥 열풍을 통해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 벤처들의 다음 과제는 사업을 거침없이 전개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줄’과 ‘빽’ 없이는 장벽 투성이인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선택한 탈출구의 하나가 ‘피나누기’였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어떻게 피를 나눌 대상을 찾았을까.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동방상호신용금고 이경자 부회장처럼 유명대학원의 최고위과정을 수강하는 것이다. 최고위과정은 원래 최고경영자(CEO)들의 ‘주경야독’을 위해 만들어진 경영학 과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대기업의 이사급과 정부부처의 심의관급 이상 그리고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의 사교장과 같다..(중략)..코스닥 열풍 이후 벤처 주식을 통한 일확천금이 너무도 강한 유혹거리가 돼 버렸다. 벤처인들은 주식을 푼 덕에 하루아침에 스타로 포장되기도 했고, 작전이 적발되면 당국에 봐 달라고 할 수도 있게 됐다. 사업을 위해 정치인을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후략) -2000년 10월 28일 ‘장막의 커넥션’ 든든한 나눠먹기, 한겨레

이 기사, 최근에 벤처업계과 코스닥 시장을 강타한 ‘정현준 게이트’에 관련한 기사이다. 이경자라는 탐욕스런 아줌마가 정현준이라는 돈에 핏발을 세우는 젊은 줄리앙 소렐_13 과 함께 고려대학교 교우회관 앞에서 도원결의, 아니 교우결의_14 를 하고 드넓은 테헤란로로 나아가 파죽지세로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교우회의 포효에 부합하려는 듯 나란히 쇠고랑을 찼다는 아름다운 교우애를 볼 수 있는 희대의 코미디다. 기사가 웅변해주듯 최고위 과정이라는 것이 사교장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주중에 오후 6시쯤 과도관이나 정경대 혹은 경영대 앞에 서있어 보라. 영구차로 보이는 시커먼 차들이 줄지어 교문을 통과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부터 아직은 기름이 잘잘 흐르는 청장년층까지 모두들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윽고 강의시간이 되면 대기실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던 이들은 쭐래쭐래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강사로부터 강의를 듣는데 그 내용은 바로 컴퓨터 끄는 법과 켜는 법과 윈도 기본 용법을 익히는 일이란다._15 2시간정도 수업을 듣고 이들은 다시 나온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담소를 나누기에 바쁘고 급기야는 원우회_16 를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도출된다. 최고위과정의 경우 한 기수제(보통 6개월)로 운영되고 기장이 선출되면 그가 기수 성원들을 통솔한다. 그리고 기수 모임을 자연스럽게(!) 갖는다.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교우로서 열과 성을 다하여 인맥 구축과 자기 일신의 영달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며 이를 위하여 교우회와 학교 측 역시 모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고대 출신들을 중용해주기 때문이다. 사족을 달자면 사람을 고문하고도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다니는 반인륜인사 정형근 따위의 치도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거친 엄연한 교우로 등재되어 있고 과도관에 나타났다 하여 한때 애기능 학우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탤런트 고소영 씨와 100주년 기념사업 출범식에 나와 노래를 부른 가수 현숙 씨도 컴퓨터과학기술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이수했거나 이수 중인 우리의 교우이다. 6개월의 단기 교육기간 동안 같이 보낸 사람조차 교우라고 부르며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사해동포의 정신을 몸으로 실현하는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도 열심히 활약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장소가 파악된 10만여의 교우에게 매월 보내지는 고대교우회보가 있으며 온라인에는 첨단 분야에서의 교우들의 야합에 자극을 받은 교우회 본부의 노작, 교우회 홈페이지가 있다. 얼마 전에 졸업한 한 교우에 따르면 교우회보를 받기 싫어 죽겠는데 이사를 간 뒤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교우회보가 또 날아왔다고 한다. 교우회보는 보통 교우(회)소식, 모교 소식, 교우회비 납부자 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어디 지부의 소식 아니면 어디의 누구 인사 동정에 대한 것 아니면 결속력을 호소하거나 과시하는 기사들로 채워져 있어서 한쪽만 읽어도 졸음이 오고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면역체계가 약화된다. 요긴하게 사용하려면 타블로이드 판임을 적절히 이용하여 중국집 음식 시킬 때 밑에 깔면 아주 그만이다. 홈페이지는 현재 구성의 조악함과 내용의 미비함으로 인하여 교우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_17 교우 인맥을 만들고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교우찾기, 초대하기, 교우파도타기라는 매뉴얼을 구성하는 등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노정을 끊임없이 경주하고 있어 뜻있는 인사들로 하여금 흰머리를 더하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0년 현재 교우회는 근 19만에 달하는 교우 중 10만의 교우의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여 5년마다 교우명부를 업데이트 시키고 있으며 해외지부 50여개, 직장별 분회 680여개 학과별 학번별 조직 2천여개를 방계에 두어 조직력을 확대하고자 하며 팍스 고대라는 일관된 목표를 위해 오늘도 교우회관에서 두문불출하며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4)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교우회

학창시절을 지나고 보니 고대는 하나의 큰 용광로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버지도 고대를 나왔는데 거기서 6개월만 지나면 그 용광로에 녹아 버려요. 그게 전통의 힘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석주회도 그런 전통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거고, 전혀 정치적인 건 없습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이는데 매번 회원의 절반 정도가 참석해요._18

솔직히 별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국회에서 고대 교우회 국회 분회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당에서 모여든 교우들은 어느때 보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선배와 후배의 화합과 교우애를 꽃피웠다는데 맨날 민생현안은 내팽개쳐두고 정쟁이나 일삼으며 개원시에는 잘 나오지도 않다가 나오기만 하면 서로에게 욕지거리와 삿대질을 예사로 하는 그 인간들이 어쩌면 저렇게 모두들 한결같이 출석하여 지고지순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위무해주는 꼬락서니를 부릴 수 있는지. 고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변신의 마술사 ‘괴도 루팡’인가 아니면 자기의 토사물을 다시 주워먹는 엽기 사이트의 주인공인가? 비위도 좋소 그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문 앞에서 가로막혀 자동차 안에서 우유곽에다 쉬를 보고 있을 때 문 앞에서는 학생들과 김영삼 측근들과의 논쟁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한 학생과 어떤 아저씨는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결론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게 났다. 그 장년의 사내는 급기야 자신이 고대 출신이며 자기 아들도 고대 재학 중이란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그동안 현하구변의 세치 혀를 놀리던 이 학생 순식간에 꼬리를 내리고 이 ‘선배님’의 훈계를 듣는 처지가 되었다. 고대는 정말 용광로 맞나보다. 그러면 우리는 고로(高爐)일까 전기로(電氣爐)일까?

5. 고대인과 마피아와의 비교

‘고대 그 이름에 내일을 건다’ 라는 말은 작년 어느 선본의 모토이기도 했지만 수험생들이 입학원서를 넣으러 왔을 때 접수처인 국제관에 걸려있던 프래카드의 문구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고대 그 이름에만 내일이 없다’가 정확하다고 우기지만 나는 이 문구를 좀 다르게 생각을 했다. ‘내일’이란 단어가 來日이란 의미의 tomorrow가 아니라 내 일(my job)이라는 해석이다. 정리하자면 고대 교우회 그 이름에 내 일자리와 승진을 건다는 말이 된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탁월하지도 않은 발상이지만 고대 교우회가 고대 출신들의 일자리 하나는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점에 착안하여 억지로 머리를 굴리다보니 이렇게 됐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대인들은 특출난 단결력과 이로 인하여 파생되는 배타성으로 말미암아 마피아로 통칭된다. 최고 경영자가 고대 출신일 경우 곧바로 고대 라인이 형성된다는 말은 정석으로 통하며 고대 법대 출신 법조인이 고위직에 오르자 신문에서는 그의 프로필의 한 구석에 ‘고대 인맥의 대부’라는 표현마저 사용한 적도 있다. 시칠리아 섬에서 태동한 마피아도 고대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긴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마피아의 경우 보스의 자격으로 이탈리아인의 피를 이어받은 자라야 한다는 조항을 두어 그들만이 수장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대인들에게 마피아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도리어 마피아를 모욕하는 소치라고 생각하며 마피아가 잔존세력을 모두 모아 총궐기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대인의 행동거지는 훨씬 마피아보다 잔혹하며 그 상처의 치유방책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연이 없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고 그저 혼자 미쳐버린다. 겉으로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상처는 두고두고 남으며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다니지 않은 연줄이 약하거나 없는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또한 같이 ‘배타적’이어도 마피아는 내부의 혈통성을 보전하기 위한 배타성인데 반하여 고대인들은 기득권 층에서는 그 세를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고자 있는 아량 없는 아량 다 베풀면서 비기득권 층에게만 배타적인 이중의 모션을 취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영역에 놓여 있지 않은 대부분의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싸늘한 육혈포를 겨누고 있다. 누가 더 야멸찬 행동을 하는 집단인가? 외람되지만 나는 고대인을 마피아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마피아에게 사죄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마피아를 욕되게 하는 소리다. 위악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교우회를 통하여 모이는 고대인들보다 마피아들이 더 솔직하고 뒤끝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명문대를 나왔다는 건 지성이 높다든가 전문지식이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못배웠다는 말의 반대말이 아닌 것입니다 줄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나라 각계 권력 상층부로 깔려 있는 출세 고속도로 여야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서로 밀어주고 키워주는 연줄, 실력을 넘어선 숨은 신분 계급제의 작위를 얻는 것입니다 – 박노해, 「눈은 상식을 뚫는다」, 『사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각주 1_고대인이란 단어는 현재 고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에 진출한 교우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2_1999년 12월 22일 교육부는 광주예술대학교와 한려대학교에 대한 조치방안을 발표하며 광주예술대학교를 폐쇄하도록 명령하고 한려대학교에 대해서는 판정을 유보하였다.

3_최근에 이상할 정도로 언론에 대학관련 기사가 넘치고 있다. 미디어오늘 265호에 따르면 대학이 언론사에 광고를 실어주거나 협찬을 하면 언론이 입금확인 후 그 대학의 소개기사를 써주는 공생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한다.

4_염재호 행정학과 교수, <탁류세평, 풀을 안먹는 호랑이>, 《고대신문》 2000년 7월 18일자

5_아마도 에프엠과 애니멀 사운드 발사 등을 통하여 절차탁마했기 때문에 성대의 질 하나는 보증할 수 있다. 따라서 고대인의 성대를 타대인의 성대와 비교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는 바이다. 6_고연전에 대한 비판을 더 알고 싶다면 장백서원조합소식지 문화테러단 『雜』 통권 3호를 읽어보거나 게릴라 언론 까탈(www.kkatal.net)로 접속하면 된다.

7_2000년 하반기 고려대학교 전학대회 자료집에 따르면 4.18 뜀박질 대회 예산은 1280만원에 이르고 고연전에 대한 예산은 4600만원에 육박한다.

8_난 한 놈만 팬다. 죽을 때까지

9_응원단이 엘리트의식과 남근주의 등등 많은 해악을 유포하는 집단이라는 입장으로서 그 입장을 대표하는 『雜』편집위원회 측은 응원단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삼일 밤낮을 떠들어댈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방문하시라.

10_미디어오늘 265호(11월 2일-11월 8일)에 따르면 고대벤처클럽에는 28명의 현직기자가 특별회원으로 등재되어 있고 그 중에는 주필급 인사와 부장급 인사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벤처-언론 유착의 의혹을 사고 있다. 11_고대벤처클럽 초대 회장 박기석(시공테크 대표), (inews24.com 2000년 6월 18일)

12_《한겨레》 2000년 10월 30일자

13_스탕달의 적과 흑의 주인공으로, 권력욕의 화신으로 그려진다. 14_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은 정책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이수했으며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은 고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15_컴퓨터과학기술 대학원 최고위 과정의 수업 과정을 몰래 본 적이 있는 내 친구의 목격담을 토대로 내가 재구성한 것이다. 16_이 명칭은 학부를 함께 나왔다는 의미인 ‘교우’와의 호명에서의 차별을 두기 위함이지만 결국 흰말 궁둥이와 백마 히프와의 차이를 따지는 것 뿐이다. 17_사실 계속 지탄의 대상만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계속 홈페이지가 구리면 하나 둘 입 소문이 퍼져 발길이 줄어들테고 그러면 적으나마 교우회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반가운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18_《월간조선》 199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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