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은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속박과도 같은 굴레를 암시한다.
시간 속에서 내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의 미묘한 교차점, 회기점.
결국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시원이자 종말에 대한 환상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바퀴 돌아와서 마주하는 것은 운명과 우연이 동일해지는 환상, 그동안 지각해 왔던 사물의 차이가 무화되는 환상, 충만한 의미가 무화되는 환상, 이 공포스러운 암시는 아닐까.
헤매다 보니 돌아왔고, 이 무의미한 정박지에서 무심코 다시 출발해야 하는 속박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시간’을 보다 마지막 순간 스치는 생각…
(그러나 ‘시간’은 기시감을 보여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반복’을 보여준다. 이 반복은 이 영화가 그리는 운명이 영화 내적 환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명백한 운명 자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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