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인터넷이나 OA 따위가 학생들에게 생소한 때였고 나는 이미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대학시절 쓴 레포트를 모두 파일로 보관할 수 있었다. 어설프고 성글지만 나름 고민한 흔적과 지금은 떠올리지도 못할 사고의 단편들을 돌이켜 보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어 그 파일들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으로 검색된 결과에서 아무리 찾아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나오지 않길래 살펴봤더니 레포트 파일 상당수가 유실된 상태였다. 수많은 포맷과 복구 중에 어느 순간엔가 사라졌음에 틀림없다. 파일 몇 개 날아갔는데 나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디지털 세대의 슬픈 한계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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