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사회학과 홈페이지에서 퍼옴

논쟁은 진중권씨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작하였습니다.

중권: 한국은 가족주의 사회, 고로 가족주의적 경영형태인 재벌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신 글을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그 입장을 견지하시는지요?

석춘: 그렇습니다. (아마 이게 그가 말하는 유교자본주의론을 뜻하는 것 같음)

중권:’한국에 가족주의가 팽배하다’라는 사실판단을 근거로 ‘한국기업의 경영구조는 가족주의적인 재벌구조가 되어야 마땅하다’ 라는 가치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과감한 논리적 오류가 아니냐?
(naturalistic fallacy)

석춘: ‘과감한’ 주장은 사실입니다.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 못하니까요. 왜냐구요? 서양에서 배운 학문이 그런 이야길 하지 않으니 어떻게 합니까. 교과서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과감한 ‘오류’가 아니라 과감한 ‘설명’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현실에 더 잘 맞으니까요. 예를 하나만 들지요. 학술적으로 가면 너무 복잡해 지니까. 왜 서양식 경영을 하던 ‘기아’가 가장 빨리 망하고, 가족주의적 경영을 하는 ‘삼성’은 아직도 잘나갈까요.

중권: 삼성이 잘 되는 게 족벌경영의 효율성에 나온다는 것을 한번 증명해 보세요. 반면 기아가 망한 게 족벌경영을 안 하는 비효율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그럼 족벌경영을 안 하는 전세계 나라들은 대체 어떻게 안 망하고 있는지요? 게다가 현대는 그야말로 왕국을 구성하며 훌륭한 족벌경영을 했는데, 왜 자본잠식 상태랍니까?

석춘: ‘족벌경영’이 아니라 ‘가족주의 경영’이다. 가족주의가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는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제도적 동형화’의 압력이 존재하는데 미국식 경영은 이런 한국적 구조에서 마찰을 빚어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다른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특수한 현상이며 같은 ‘가족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한국의 가족주의와 미국의 가족주의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한국에서와 같이 미국에서는 가족이 모여 제사 지내지 않는다. 그러니 미국에서 한국과 같은 가족주의 하는 기업이 있을리 없다.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의 조건이 있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조건이 있다.
현대가 망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대북사업’을 자청하면서 북한에 마구 퍼 준 것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중권: 현대가 얼마나 큰 기업인데 그깟 금강산 유람선 사업의 손실로 자본을 다 까먹겠느냐?   게다가 현대에서 대북사업을 하기로 한 것은 이미 김영삼 정권 때부터였고, 만약 현대에서 금강산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오판이었다면, 그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역시 현대 가족이지 않느냐?
왜 논점을 정치화하느냐? 내가 던진 질문은 삼성의 발전이 가족주의가 가진 효율성에서 비롯된다는 것, 반면 기아가 망한 것이 가족주의적 경영을 택하지 않은 비효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라는 것이다.

석춘: 할만큼 했습니다. 마침 주말이고 또 내 게시판이라 최선을 다해 진중권씨의 글은 물론 기타 다른 분들의 글에도 답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질문하신 것은 그냥 넘어 가렴니다. 이미 답변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 시각이 밤 10시 15분이네요. 이제 일단 접겠습니다. 내일부터는 그러나 주말에 했던 것 만큼은 못할 것 같습니다. 학교 그리고 다른 일들이 밀려 있습니다. 사실은 오늘도 다른 일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만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생산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와 여러분 모두에게. 내가 가진 현재의 느낌은 그냥 다소 멍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중권: 유교수님이 그토록 혐오하시는 일, 즉 서양의 이론을, 그것도 논점과 상관없이 제게 소개하신 적은 있지만, 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안 됐습니다. 논리를 정리해 보죠.
유: 가족주의 경영하는 삼성은 안 망했다
(“기회비용”, “제도적 동형성” 운운)
진: 가족주의 경영하는 대우, 현대는 망했다
이것이 논쟁의 진행상황입니다.

이후 유교수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다시 진중권

중권: 포스트모던 어쩌구 하면서 유교 자본주의, 아시아적 가치론… 이런 대담한 패러다임을 만드신 분 치고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대단히 허술하시군요. 그래도 한 3, 4라운드는 갔어야지요. 자, 이 문제는 여기에서 접어두고 이제 2라운드로 넘어가죠. 하지만 저 역시 시간이 널널히 남는 사람이 아니라, 게다가 그 시간 중 제가 교수님께 특별히 할당한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오늘은 이만 그치지요. 시간나는 대로 새로운 주제를 갖고,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중간중간에 훼방꾼들이 끼어들어(중권애비 이런 사람들) 짜증이 좀 낫지만 그래도 유석춘 교수의 생각을 확실히 알게 된 논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가진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 유교수의 유교자본주의란 ‘족벌주의(가족주의)’라는 온정적 개념으로 ‘합리성’이란 보편적 근대이념을 희석시킴으로써 비판받고 있는 기득권세력을 옹호하려는 정치적목적을 가진 ‘온정적’ 허위체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석춘교수의 홈피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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