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6.8일

미켈란젤로도 체포하라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5월말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는‘가족’을 주제로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향수, 위기, 대안이란 3가지 소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무료로 그냥 관람하기엔 좀 미안한 ‘괜찮은’ 전시회다. 아직 보지못한 분들은 서둘러 가족과 함께 가보시라. 전시장 동선을 따라 가다보면 한 구석에서 흥미로운 비디오 설치작품을 하나 발견할 것이다.

김기라의 ‘수퍼(맨) 아빠ㆍ원더(우먼) 엄마’라는 이 작품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아버지와 어머지가 옷을 홀랑 벗은 나체로 자식의 예술을 위해 몸을 바쳤다. 작품은 집에서 어머니의 나체가 ‘원더 우먼’처럼 온갖 가사 일에 힘을 쓰는 역도선수의 모습으로 늙어갔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몸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침 삼키며 여성을 상품화해 온 남근들의 눈에 비친 몸도 아니요, 포르노 배우의 몸뚱이는 더욱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몸과 빠른 움직임을 ‘가족의 삶’을 위한 ‘생명의 분투극’으로 외경스럽게 바라봤다. 아버지의 나체 역시 집밖에선 ‘수퍼맨’처럼 험한 세파와 싸우는 권투선수의 이미지로 묘사되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나는 자식의 예술을 위해 기꺼이 나체가 된 이 부모의 열정과 그들의 표정이 프로 누드모델 뺨치게 당당한데 놀랍고 숙연해졌다. 자, 성기ㆍ음모ㆍ유방 노출도 아랑곳하지 않은 부모와 이들을 예술로 소재화한 자식을 ‘음란물 유포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신병자가 세상천지에 어디있는가?

최근 한 시골 중학교 미술교사가 자신과 임신 중인 부인의 나체사진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들과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의 신분으로서 신체주요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고발했던 것이다. 음란 유해환경에서 자녀 보호를 위한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예술가가 음란성과 교육적 목적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예술적 견해를 생산하고 매체를 활용해 발표한 것이 죄가 되는가. 이 죄가 성립되려면 미술관련 서적에 수없이 등장하는 성기노출 그림은 모두 음란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예컨대 성기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까지도. 죽은 그도 긴급 체포하라!

<김민수, 디자인문화비평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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