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부산영화제는 둘 중 하나의 딜레마를 갖고 있다.
금전과 시간. 비용을 지불할 여건이 되면 시간이 안 되고 시간이 되면 비용 부담이 생긴다.
다행히 이번에는 둘 다 충족은 아니지만 반 정도는 가능한 상황.
게다가 이번에는 자료원에서 같이 일했던 경록씨의 단편이 상영하기 때문에 어떤 대의명분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전히 비용 부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예매도 아직 못했고(이제는 왠만큼 매진됐을테니 현장 예매 말고는 방법이 없을 듯) 같이 갈 사람도 없다.
이럴 때 외로움을 느끼다니… 부담 분산이 쉽지 않다. ㅠ.ㅠ

내 PC 부품, 아이팟, 카메라, 렌즈 등등 수많은 것들을 질러 봤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지른 모든 것들을 다 합쳐도 모자랄 것을 질러 버렸다.
바로 차다.
처음에는 직장에서 운전 못한다고 농담 반 진담 반 받았던 갈굼에 울컥해서
아주 싸고 오래 된 중고차를 하나 사서 연습해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가…
이로 촉발된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여기까지 이르렀다.
2007년형(2006년 11월 신고됐지만 원래는 2007년형으로 나왔어야 할 모델) 프라이드 신형 1.6 SLX(맞나?) CVVT 가솔린…
그렇다.
나는 차를 생각하면서부터 프라이드 신형에 완전히 꽂혀 있었다.
성능이고 뭣이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프라이드 신형의 외양에 다른 것들은 필요 없었다.
면허증은 10년 됐지만 운전은 0년이기에
사실 운전이 너무나도 두렵다.
군대서 차에 끼어 팔 다친 트라우마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핸디캡을 언젠가는 극복해야지 생각했는데…
이거 운전 너무 힘들다.
방금도 집 건물 주차장에 차 대고 와서 목이 다 뻐근하다.
너무나도 까다로운 주차 환경으로 사이드 미러 찍찍 긁고…
옆집 아저씨 도움을 받아 주차 완료.
운전의 길은 험난하다.
그러나 부채 상환의 길은 더더욱 험난할 것이다.
가장 거대한 지름…솔직히 가슴이 떨린다.
(이제 나도 환경 오염과 사고, 로드킬의 공범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