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엠비씨 라디오에서 새벽 두 시 영화음악을 듣고 그 여운에 세 시를 넘기면 어김없이 김성호의 ‘회상’이 흘러 나왔다.

그 노래가 슬펐고 새벽의 감성에 취했었다.

어떤 청취자의 사연 있는 노래였는지 디제이가 특별히 아끼는 곡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시간(아마 새벽 세 시 삼십분 경이었던 것 같다)에 꼭 틀어주는 그 곡은 새벽에 애틋함을 반복 경험케 했다.

김성호의 ‘회상’은 그래서 지금 나에게 십 년 전 감정의 기억을 소환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http://sori.la/uj9C5

그리고, 지금 새벽 세 시 엠비씨 에프엠 ‘뮤직스트리트 전종환입니다’의 첫 곡은 윤건의 ‘갈색머리’다.

들을 때마다 이 노래 구매해야겠다 하면서 놓쳤던 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이 노래를 새벽 세 시 라디오의 첫 곡으로 반복해서 들으면서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http://twitter.com/calitoway/status/6605262550

이 트위팅을 찾아보니 지금 내 기시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확신하게 됐다.

그 때도 오늘처럼 이 프로그램의 첫 곡으로 갈색머리가 나왔고 나는 노래를 찾아 다운받고 정리한 후 트위터에 포스팅을 한 거다.

이제 나는 훗날 윤건의 ‘갈색머리’를 들을 때면 내 삼십대 초반의 불안과 외로움과 어떤 감정적 상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 지금 내리고 있는 눈과 겨울의 추위도…

http://sori.la/OJ8zV

그러고 보면 디제이라는 직업은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감정적 기억에 노래를 머물게 하는 마법사 같은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