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버 데이(Labor Day, 2013)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간단 영화 소개글 투를 흉내 내 본다. 네 번의 유산을 하고 이혼 끝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홀로 지키고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선량한 탈옥수. 레이버 데이는 1987년 미국의 노동절(9월 7일)을 낀 5일 간 이 세 명의 묘한 동거의 기억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탈옥수를 사랑하게 된 어머니와 아들의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랑과 도피, 이별과 재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새로운 아버지를 선택해 가는 아이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세 인물이 각자의 결핍을 서로 보듬는 방식이 사려 깊고 침착하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여름의 더위에도 그들은 쉽게 질식하거나 흥분하지 않으며 서로의 처지를 잘 간파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주노>, <인 디 에어>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차분하고 사려 깊은 인물들로 감동의 개연성을 구축하는 데 여전히 훌륭한 솜씨를 보여 준다. 이 세 명은 처음 만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이미 어떤 새로운 가족이 되어 버렸다는 느낌을 자아 낸다. 탈옥수가 처음 도움 받은 모자에게 불청객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데에는 탈옥수 프랭크, 조쉬 브롤린의 과장 없는 진중한 연기가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인 나는 어쩔 수 없이 히스테리마저 아름다운 떨림으로, 불안마저 성숙한 심연으로 표현하는 어머니 아델, 케이트 윈슬렛의 눈부신 모습에 혼이 빠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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