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막상 생각나는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1. 신변잡기: 개인적으로 실연이라는 아픈 일을 겪었고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하면서 초조함과 찌질함이 내 심리를 지배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가치가 내 본연의 그것과 따로 놀고 있다는 지독한 괴리감과 고립감도.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느리게 변하는 사람이다.

  2. 정치사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수많은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 냈을 때 나는 각성한 다중의 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2011년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와 나꼼수를 통해 나는 한국 사회의 다중에 대해 경계심이 생겼다. 이들은 심각하게 자아도취된 독선적 자유주의자에 가까워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축적되어 온 스트레스를 또 한 번의 민주화로 해소할 수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노무현의 승리와 패배를 우리는 한 번 더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젝은 어떤 체제의 실패는 두 번 반복된다고 말했다.(링크)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통해 무엇을 성취하고 실패했는지 아직 잘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3. 영화: 올 해 나는 홍상수에 대해 느끼던 거리감을 좁혔고 김기덕에 대해 느끼는 존경과 호기심을 가까이 두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기억되는 영화는 자전거 타는 소년.

  4. 사진: 사진을 찍고 싶어 미쳐 날뛰던 때가 언제였나. 나는 기억도 하지 못하겠다. 큰일이다. 나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싶지만 이미 무기력해져 버렸다.

  5. 트위터: 내가 외롭고 약해지고 사고가 무뎌지는 동안 트위터는 얼마간 내가 하소연하고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트위터를 통해 내 맥락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의 위안이 된다.

  6. 직장: 올해 회사에서 내가 끊임없이 벽에 부딪친 것은 빌어먹을 ‘수익모델’이었다. 내 사고는 수익모델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각자의 삶을 건사하기 위해 수익모델을 성립시켜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악독한 원리를 조금은 체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

  7. 소망: 앞으로 더 나은 평화와 더 나은 행복과 더 나은 게으름, 그리고 더 나은 사랑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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