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는 작가와 비평가의 관계를 “지지리 좀스럽다”고 표현한다. “비평가는 작가를 별로 대단찮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이 인간이 나중에 천재로 판명이 나면 어쩌나 두려워한다. 작가는 비평가가 자신을 이해하지도, 자신의 가치나 결점을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느끼지만, 최소한 알아보고 박살을 내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후략)” 예술을 감식하는 자를 감식하는 일은 중요하다. 헤세는 진정한 비평가의 특징을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 진정한 비평가는 자기가 구사하는 언어와 허물없이 친숙하며 오용하는 법이 없고 살아 있는 좋은 글을 쓴다. 둘째, 훌륭한 비평가는 개성이 강하고 그것을 스스로 똑똑히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는 자기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어떤 렌즈를 투과하여 들어오는 광선인지를 인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천재적인 비평가가 어떤 천재작가를 일평생 거부하고 야유하고 공격하는 때조차 우리는 (중략) 그 작가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심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공격하고 옹호하느냐가 비평가가 정체를 수립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면, 너무 비루하다. 그럴 리가 없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짧은 주소

트랙백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