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의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김혜리가 지적한 바로 그 반발심이 들었다. 사랑의 정치적 책임을 생각할 겨를은 일상적 안위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할텐데 이렇게 한가한 말이라니. 그런데 우리는 토대의 불안 속에서도 간절하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가. 이 때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어졌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가 기꺼이 책임을 받아들인 후에 따라오는 부산물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책임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세계에서 그저 책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랑을 찾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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