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불의 노래, 수많은 등장 인물들 각자의 사연과 잔인한 운명들 속에 몰입해 있는 동안 장벽 너머 아더(other)의 존재를 잊게 된다.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은 저 혹한의 북쪽에서 장기 겨울과 함께 아더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웨스테로스 대륙 일곱 가문 내부의 투쟁은 타자(other)의 침입이라는 거대하고 진실로 유일한 재앙을 덮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

“하루살이는 성충이 되면 하루 만에 죽어. 몸속은 텅 비었고 위도 장도 없다지. 속엔 알만 가득 차 있어. 낳고 죽으면 끝나는 목숨이지. 인간도 마찬가지야. 허망하지.”

“저도 텅 비었어요.”

“이런 우연이 있나. 나도 텅 비었는데.”

“우리 말고도 있나요?”

“요새는 다들 그래.”

“다들?”

“특히 이런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너만 그런 거 아냐.”
공기인형

 

대화는 실패하고 있지만 ‘텅 빈’의 의미는 더 풍부해진다.